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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시대, 7080 시대의 뒷골목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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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아이콘이 있는 법이다. 일명 7080으로 불리는 이 세대는 현재 40대 후반부터 60대 중반을 아우르는 세대이다. 70년대와 8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갈린 시대이다. 한국의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과 수많은 탄압과 살인, 그리고 군사정원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생각나게 하는 전두환에 이르는 시대이다. 가장 어둡고 어쩌면 화려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유난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쓸쓸하고 암울한 정치의 이면에는 포크송, 기타, 다방, 청바지 등의 단어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노래가 있다. 필자는 7080 세대에 들어갈 수는 없으나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해바라기와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들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가수들이 있다. 박세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이다. 많은 가수들이 있었음에도 이들 트리오가 유독 기억나는 것은 '세시봉'이란 단어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세시봉에 얽힌 조영남의 개인적 썰을 풀어낸 것이다.

 

  • 제목 세시봉 시대
  • 저자 조영남 이나리
  • 출판사 민음인
  • 출판연도 2011년 6월 2일

세시봉 표지

 

그럼 '쎄시봉 C'est Si Bon'은 무엇인가? 별것 아니다. 영어로 기분 좋다 "It's so good"는 의미다. 대체 뭘 하는 곳인가. 차를 파는 경음악 감상실이다. 그게 어디쯤 있었나. 서울 종로구 유명한 공안과 골목 안쪽 후미진 곳에 있었다. 28

 

내가 쎄시봉이 일반 음식도 파는 카페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그전에는 이들이 뭉친 어떤 그룹이거나, 7080 시대의 또 다른 표현 용어인 줄 알았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세시봉은 그들이 자주 갔던, 음악 활동을 했던 카페 겸 음식점이었던 것이다.

 

세시봉에 나가게 된 것은 의도치 않는 사건이었다. 교회에서 도둑으로 몰린 것이다. 결혼 상대자가 있었던 연상의 누님과 엮이게 된 사건 때문이다. 그 일로 한양대를 자퇴하고 서울 음대로 다시 들어갔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경음악 다방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많은 사람을 받았으며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다. 

 

당시 서울에는 이러한 음악 다방이 유행이었다. 종로의 '무아다방' '청궁다방' '엘파소' '호다방, '세시봉 다방' '국일 다방' 서대문 신촌에는 '독수리다방' '빌보드' '파리다방' '상록수다방' '성지다방' '참피온다방'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6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꽃을 피우며 낭만을 즐겼다.  이젠 '기록'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공간들이었다. 그곳에는 사연을 읽어주고 음악을 틀어주는 DJ가 있었는데 진행을 잘하는 DJ는 한 달 월급이 당시 돈으로 무려 300만 원 넘게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서울의 뒷골목에서 일어난 재미난 이야기가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음반과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조영남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나. 이 책이 아니면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가 많다. 글을 엮고 풀어낸 이나리는 그들을 향해 '도무지 어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고 한다. 환갑이 훨씬 지난 이들이지만 그들이 모이면 철이 없다. 아직도 그들은 20대의 청춘인 것이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다양한 정보, 경험, 추억, 하지만 정리 된 듯하나 되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가 책 전체를 이끌고 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 1-5장까지는 배경과 시대상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5장부터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조명한다.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김민기, 윤여정, 김성수가 소개된다. 갑자기 윤여정이? 역시 조영남 답다는 생각이다. 윤여정과의 스캔들을 털어놓는다. 

 

책을 읽고 있으면 6-70년대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하다. 문득 이런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그들과의 은밀한 농을 즐기며 담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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